1962년, 찰리 멍거는 이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잘나가는 변호사였다. 그런데 그는 법률 자문료를 받으며 남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삶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시간당 수임료로 버는 돈은 결국 남의 자본이 불어나는 걸 옆에서 돕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로펌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지만, 무게중심을 투자로 옮기기 시작했다. 워런 버핏과의 만남이 그 결정을 확정시켰다.
버핏과 가까워지면서 멍거가 파트너십에 가져온 가장 중요한 사고 도구는 ‘역발상(inversion)’이었다. “어떻게 성공할까”를 묻기 전에 “어떻게 하면 반드시 실패하는가”를 먼저 묻는 방식이다. 이 사고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실제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즈캔디(See’s Candy) 인수였다. 당시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식으로 자산가치보다 싼 회사를 찾는 데 익숙했다. 시즈캔디는 장부가치 대비 비싼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멍거는 “이 회사가 왜 실패할 수 있는가”를 거꾸로 따져봤다. 브랜드 충성도가 무너지거나, 가격을 올릴 힘을 잃거나, 고객이 다른 초콜릿으로 옮겨갈 이유가 있는가. 답은 없었다. 오히려 이 회사는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떠나지 않는, 실패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었다.
그 역발상 덕분에 버핏은 “싸게 사는 것”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을 사는 것”으로 기준을 바꿨다. 시즈캔디 인수는 당시 기준으로 비싼 거래였지만, 이후 수십 년간 벌어들인 현금은 인수가의 수십 배에 달했다. 멍거가 법정에서 상대의 논리를 무너뜨리던 습관이, 투자에서는 회사가 무너질 이유를 먼저 찾는 습관으로 옮겨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