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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컨딜, 순현금보다 싼 회사를 찾아 세계를 뒤진 사람

2026-09-25

피터 컨딜은 캐나다 출신의 투자자로, 벤저민 그레이엄식 딥밸류(deep value) 투자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찾던 회사는 단순히 저평가된 주식이 아니라, 회사가 가진 현금과 유가증권만 팔아도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그야말로 사업 자체는 공짜로 얹혀 오는 기업들이었다.

이런 접근은 화려하지 않다. 성장 스토리도 없고,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도 없다. 그럼에도 컨딜이 이 방식을 평생의 원칙으로 삼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시장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보여준다.

그레이엄의 유산, 그리고 ‘담배꽁초’를 줍는다는 것

벤저민 그레이엄은 청산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회사, 이른바 넷넷(net-net) 주식을 찾는 방법론을 남겼다. 워런 버핏은 훗날 이 방식을 두고 “담배꽁초 투자”라 부르며, 자신은 더 좋은 회사를 적정 가격에 사는 쪽으로 옮겨갔다고 회고한 바 있다.

피터 컨딜은 그 반대편에 남았다. 버핏이 떠난 자리에서, 컨딜은 그레이엄의 원칙을 더 철저하게, 더 넓은 지역에서 실행에 옮겼다. 북미 시장에서 그런 종목이 마르면 유럽으로, 아시아로, 시장이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로 눈을 돌렸다.

순현금 이하 종목이란 무엇인가

순현금 이하로 거래되는 회사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이 시가총액보다 큰 경우를 말한다. 즉 시장이 이 회사의 본업을 마이너스 가치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 시장의 무관심이나 공포로 주가가 과도하게 눌려 있는 경우
  • 업황이 구조적으로 침체돼 투자자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산업
  • 정보가 부족하거나 유동성이 낮아 제값을 못 받는 소외된 지역의 상장사

이런 종목들은 대개 매력이 없어 보인다. 성장은 정체돼 있고,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컨딜의 시각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숫자와 안전마진이었다.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현금 그 자체가 하방을 지지해 준다는 계산이었다.

왜 굳이 전 세계를 뒤졌는가

딥밸류 투자자에게 가장 큰 적은 ‘살 종목이 없는 상태’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비싸지면 그레이엄식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는 자연히 줄어든다. 컨딜밸류펀드가 특정 대륙이나 산업에 갇히지 않고 지역을 넘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시장이 과열돼 순현금 이하 종목이 사라지면, 다른 시장에서는 여전히 그런 기회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이는 단순한 분산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기 위해 탐색 범위 자체를 넓히는 방식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원칙이 오래가는 이유

딥밸류 전략은 매력적인 무용담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대박 종목 하나로 유명해지는 방식이 아니라, 수많은 저평가 종목을 폭넓게 사들이고 시간이 지나 시장이 제값을 인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에 가깝다.

그 지루함을 감수한다는 것 자체가 이 전략의 핵심이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 남들이 재미없어하는 숫자 속에서 안전마진을 찾아내는 인내심, 그리고 그것을 지역과 시장을 가리지 않고 계속 실행하는 꾸준함이 피터 컨딜이라는 이름과 함께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