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필립 피셔는 시카고 근교의 한 통신장비 회사를 찾아갔다. 당시 모토로라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었고,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를 그저 가전제품 제조사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피셔는 재무제표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는 이 회사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궁금했던 것은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 즉 이 회사가 앞으로 무엇을 만들려 하는지, 그리고 그걸 실제로 해낼 능력이 있는지였다.
피셔는 모토로라의 경쟁사 영업사원들을 만났고,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엔지니어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심지어 회사를 떠난 전직 직원들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그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이 회사 경영진을 믿을 수 있는가?” “연구개발에 쓰는 돈이 실제로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가?” “이 회사가 다음 세대 기술에서 앞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재무제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오직 그 산업 안에서 매일 일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만 나올 수 있는 정보였다.
피셔는 이 방식을 ‘스캐틀버트(scuttlebutt)’라고 불렀다. 원래 이 단어는 배 위의 선원들이 물통 주위에 모여 나누는 잡담, 소문을 뜻하는 뱃사람들의 은어였다. 피셔는 이 소문 수집을 투자 조사의 핵심 도구로 끌어올렸다. 방법은 거창하지 않았다. 경쟁사, 고객사, 공급업체, 전직 직원, 심지어 그 회사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업계 전문가들까지 폭넓게 만나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고, 답변들이 서로 겹치는 지점과 엇갈리는 지점을 살피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말은 편향될 수 있지만, 여러 방향에서 들어온 이야기가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면 그건 믿을 만한 신호였다.
모토로라에 대해 피셔가 들은 이야기는 일관되게 한 방향을 가리켰다. 경영진은 단기 실적에 휘둘리지 않고 기술 투자를 밀어붙이는 사람들이었고, 회사 내부에는 새로운 통신 기술로 넘어가려는 의지가 뚜렷했다. 실제로 모토로라는 이후 반도체, 무선통신, 나중에는 이동전화 산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피셔가 처음 주식을 산 것은 회사가 여전히 라디오 제조사로 여겨지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이 회사가 성장할 산업의 다음 국면을 이미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감지하고 있었다.
피셔는 이 주식을 팔지 않았다. 그가 쓴 책들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원칙 중 하나가 “훌륭한 회사를 찾았다면, 그 회사가 훌륭함을 잃지 않는 한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모토로라는 그 원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가 됐다. 수십 년에 걸쳐 사업 모델이 완전히 바뀌고 산업 자체가 재편되는 동안에도, 그는 처음 스캐틀버트로 확인했던 것, 즉 이 회사의 경영진이 변화에 적응하고 앞서 나갈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을 계속 신뢰했다.
피셔에게 투자는 책상 위에서 끝나는 작업이 아니었다. 그는 분기 실적 발표나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아니라, 그 산업 안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의 말 속에서 회사의 미래를 읽으려 했다. 숫자는 지나간 결과를 보여주지만, 사람들의 평판과 반복되는 소문은 아직 숫자로 나타나지 않은 다음을 알려준다고 그는 믿었다. 모토로라라는 하나의 종목을 수십 년간 붙들고 있을 수 있었던 힘은, 어쩌면 처음 그 회사를 찾아가 낯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던 그 여름날의 발걸음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