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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슬립: 침묵 속에서 코스트코를 샀던 남자

2026-10-07

런던의 작은 사무실에서, 한 펀드매니저가 투자자들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내용은 간단했다. “우리는 당분간 전화를 받지 않겠습니다.” 니컬러스 슬립과 그의 파트너 자크 지누아는 노마드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십을 운영하며 실제로 그렇게 했다. 시장의 소음을 차단하고, 몇 안 되는 기업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 글은 그가 어떤 생각으로 아마존과 코스트코 같은 기업을 장기 보유했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왜 당시로서는 평범하지 않았는지를 따라가 본다.

소수의 기업, 긴 호흡

노마드는 전형적인 펀드와 달랐다. 보유 종목 수를 극도로 줄이고, 한번 산 기업은 수년, 때로는 십 년 넘게 들고 갔다. 분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았고, 운용 보고서조차 일반적인 펀드보다 훨씬 드물고 길게 썼다.

슬립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짧은 성과 자랑보다 자신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기업을 판단하는지를 길게 설명하는 쪽을 택했다. 이런 서한들은 훗날 많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텍스트북처럼 회자되었다.

규모의 경제를 나누는 기업

슬립이 반복해서 강조한 개념 중 하나가 “규모의 경제를 공유하는 기업(scale economics shared)”이었다. 기업이 커지면서 얻는 비용 절감 효과를, 주주 몫으로 쌓아두지 않고 가격 인하나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말한다.

코스트코가 대표적이었다. 마진을 낮게 유지하면서도 회원 충성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이익률을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자가 따라오기 힘든 해자를 만든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었다.

아마존 역시 비슷한 틀로 바라봤다. 물류와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재투자하며 가격을 낮추고, 그 낮은 가격이 다시 더 많은 고객과 거래량을 끌어들이는 순환 구조를 초기부터 주목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결정의 의미

투자자와의 소통을 의도적으로 줄인 것은 단순한 괴팍함이 아니었다. 슬립은 단기 성과에 대한 질문과 압박이 결국 펀드매니저를 짧은 호흡의 의사결정으로 몰아간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구조 자체를 바꿨다. 잦은 미팅과 분기 업데이트 대신, 길게 쓴 연례 서한으로만 소통하면서 자신과 투자자 모두가 더 긴 시간 지평에서 기업을 바라보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도 포지션을 흔들림 없이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든 셈이었다.

펀드의 마무리와 남긴 것

노마드는 일정 기간 운용된 뒤 자발적으로 청산 절차를 밟았다. 슬립은 이후에도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투자업계에서 조용한 인물로 남았다.

그가 남긴 것은 화려한 수익률 자체보다, “좋은 기업을 발견했다면 왜 자주 사고팔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규모의 경제, 고객과의 이익 공유, 그리고 소음을 차단하는 구조. 이 세 가지는 지금도 장기투자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