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FRI 9:00–16:00 · SAT/SUN CLOSED | 카톡 tujac | 213-599-7359 LA · ORANGE COUNTY · ONLINE WORLDWIDE
TUJAC TRADING EDUCATION

리 루, 멍거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사람

2026-09-23

찰리 멍거는 평생 남을 잘 믿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가 말년에 자기 가족의 자산 운용을 통째로 맡긴 인물이 있다. 중국 출신의 투자자 리 루다.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자기 돈을 넘긴다는 것, 그것도 자기가 세운 원칙을 벗어난 방식으로 운용해도 좋다고 허락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톈안먼 광장에서 컬럼비아 대학으로

리 루의 초기 인생은 투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1989년 톈안먼 사건 당시 학생 시위에 관여했던 그는 이후 중국을 떠나야 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언어도, 생활 기반도, 돈도 없는 상태에서 새 나라에 정착해야 했던 그가 어떻게 가치투자자로 변모했는지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다.

전환점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워런 버핏의 강연을 들은 일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버핏이 설명한 투자 철학, 그러니까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하고 그보다 싼 가격에 사서 시간이 지나 가치가 드러나기를 기다리는 방식이 그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후 그는 스스로 투자를 공부하며 히말라야 캐피털이라는 자신의 펀드를 설립하게 된다.

멍거와의 만남, 그리고 신뢰

리 루와 찰리 멍거의 관계는 단순한 투자자와 후원자 사이를 넘어섰다고 흔히 이야기된다. 멍거는 리 루의 분석력과 인내심, 그리고 무엇보다 정직함을 높이 평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여러 기업을 검토했고, 그 과정에서 멍거는 리 루를 통해 자신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웠던 중국 시장의 기회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신뢰 관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례가 비야디(BYD)에 대한 투자다. 리 루가 먼저 이 회사를 발굴해 멍거에게 소개했고, 멍거는 이를 버크셔 해서웨이에 제안했다. 당시 전기차나 배터리 기술이 지금처럼 주목받기 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남들이 보지 못한 곳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리 루의 방식이 잘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 다만 이 투자의 구체적인 수익률이나 시점별 성과는 공개된 자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여기서 단정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가치투자자로서, 그러나 다른 길을 걸은 사람

리 루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버핏의 가치투자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몇 가지 지점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이 드러냈다. 그는 극소수의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널리 분산된 포트폴리오보다 자신이 깊이 이해하는 소수 기업에 큰 비중을 싣는 쪽을 선호한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분산투자 조언과는 정반대 방향이지만,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즉 능력범위 안에서만 움직인다는 전제가 있을 때 성립하는 접근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그가 중국과 미국 시장을 모두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자자였다는 사실이다. 언어와 문화, 규제 환경을 모두 이해하는 입장에서 그는 서구 투자자들이 놓치기 쉬운 중국 기업들의 본질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우위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이해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멍거가 남긴 마지막 신뢰

찰리 멍거는 생전 여러 인터뷰에서 리 루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리 루를 자신이 아는 가장 뛰어난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꼽았고, 자신의 가족 자산 상당 부분을 그에게 맡겼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숫자로 증명되는 성과 이상의 무언가, 즉 오랜 시간 함께 기업을 분석하고 토론하며 쌓인 판단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리 루의 이야기는 화려한 수익률의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한 사람이 전혀 다른 세계에서 새로 출발해, 소수의 원칙을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간 과정에 가깝다. 그리고 그 과정 끝에서, 평생 남을 쉽게 믿지 않았던 한 노(老)투자자의 신뢰를 얻어냈다는 사실이 그의 이력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