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에서 마티 휘트먼이라는 이름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성장주의 스토리에 열광하지도 않았고, 차트를 들여다보며 매매 타이밍을 재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재무상태표를 오래, 그리고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사람이었다. 서드애비뉴 밸류 펀드를 이끌며 그가 쌓아 올린 명성은 손익계산서의 화려한 성장률이 아니라, 기업이 파산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훨씬 근본적인 질문에서 나왔다.
변호사에서 투자자로
휘트먼은 전형적인 금융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 아니었다. 법학을 공부했고, 파산 및 구조조정 관련 실무를 접하며 기업이 무너지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이 경험은 그의 투자 철학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는 성장하는 기업보다 망하지 않는 기업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태도를 갖게 되었고, 이는 훗날 서드애비뉴 밸류 펀드의 근간이 되는 사고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저평가된 이익이나 저평가된 현금흐름에 주목할 때, 휘트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저평가된 자산과 견고한 재무구조 자체에 집중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빨리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회사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는가였다.
안전마진을 재무건전성으로 재정의하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을 시장가격과 내재가치의 괴리에서 찾았다면, 휘트먼은 이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대차대조표의 언어로 번역했다. 그가 눈여겨본 것은 부채비율, 순자산가치, 유동성,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가 외부 자금조달에 얼마나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가 하는 재무적 독립성이었다.
그는 부채가 과도한 기업, 특히 단기 부채에 의존해 자산을 굴리는 기업을 경계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레버리지가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마법처럼 보이지만, 자금 시장이 얼어붙는 순간 그 레버리지는 기업을 순식간에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그는 파산 실무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드애비뉴가 즐겨 찾은 대상은 부채가 적고, 보유 자산이 장부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있으며,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해치지 않는 회사들이었다.
서드애비뉴 밸류 펀드의 접근법
서드애비뉴 밸류 펀드가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휘트먼이 남들이 잘 보지 않는 영역을 뒤졌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의 저평가된 자산주에도 관심을 기울였고, 부동산이나 지주회사처럼 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가 큰 구조를 즐겨 분석했다. 그의 접근은 화려한 테마주보다는, 시장이 관심을 두지 않아 방치된 견고한 기업을 찾아내는 발굴 작업에 가까웠다.
그는 또한 단기 실적 변동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어떤 해에 이익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기업의 재무구조가 여전히 견고하다면 시장의 일시적 비관을 매수 기회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그가 손익계산서보다 대차대조표를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한 태도였다. 이익은 회계적 판단과 업황에 따라 출렁이지만, 자산과 부채의 구조는 상대적으로 더 천천히, 더 정직하게 기업의 체력을 보여준다고 그는 믿었다.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먼저 묻다
휘트먼의 사고방식이 특별했던 지점은, 그가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던지는 질문의 순서였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이 회사가 얼마나 벌 수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면, 휘트먼은 이 회사가 무너질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가를 먼저 물었다. 이 순서의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종목군을 걸러낸다. 부채가 많고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고성장 기업은 그의 스크리닝을 통과하기 어려웠고, 반대로 성장은 더디지만 재무구조가 단단한 기업들이 서드애비뉴의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이런 태도는 화려하지 않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국면에서는 오히려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파산과 구조조정의 현장을 지켜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확신, 즉 재무제표의 건전성이야말로 투자자가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변수라는 확신이 그의 투자 인생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