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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고스 캐피털 붕괴: 스왑 뒤에 숨은 레버리지가 드러낸 규제의 틈

2026-08-26

1. 타이거 컵에서 패밀리오피스로

빌 황(Bill Hwang)은 줄리안 로버트슨이 이끌던 타이거 매니지먼트 출신 펀드매니저로, 이른바 ‘타이거 컵(Tiger Cub)’ 계보의 일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2001년 타이거 아시아 매니지먼트를 설립해 아시아 주식 롱숏 전략으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2012년 내부자거래 및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하며 자산운용업 등록에 제약을 받았다. 이후 그는 외부 투자자 자금을 받는 헤지펀드 형태가 아닌, 자신과 가족의 자금만 운용하는 ‘패밀리오피스’ 형태로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운영했다. 패밀리오피스는 외부 투자자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SEC 등록 및 공시 의무가 면제되며, 이 구조적 특성이 이후 사태의 핵심 배경이 된다.

2. 토탈리턴스왑으로 쌓은 숨은 레버리지

아케고스는 직접 주식을 보유하는 대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노무라, 크레디트스위스, UBS 등 여러 프라임브로커와 토탈리턴스왑(Total Return Swap) 계약을 맺었다. 이 구조에서는 은행이 명목상 주식을 보유하고 아케고스는 그 수익과 손실만 계약으로 주고받는다. 스왑은 주식 보유 자체가 아니므로 SEC의 대량보유 공시(13F, 13D 등) 의무를 피할 수 있었고, 각 은행은 서로 아케고스가 다른 은행과 동일한 종목에 대해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였다. 아케고스는 자기자본 대비 약 5~8배로 알려진 레버리지를 동원해 비아콤CBS, 디스커버리, 바이두 등 소수 종목에 집중적으로 베팅했으며, 시점에 따라 총 포지션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추정도 있다.

3. 비아콤CBS 증자와 마진콜의 시작

2021년 3월 22일 비아콤CBS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는 아케고스의 최대 집중 종목 중 하나였고, 스왑 계약에 따른 마진콜이 프라임브로커들로부터 동시에 발생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상황 파악 후 신속하게 블록딜을 통해 보유 지분을 매각한 반면, 노무라와 크레디트스위스는 대응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응 속도 차이가 각 은행의 최종 손실 규모를 가른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4. 블록딜 청산과 후폭풍

마진콜에 응하지 못한 아케고스의 포지션은 강제 청산 대상이 되어 대규모 블록딜로 시장에 쏟아졌고,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며칠 사이 급락했다. 업계 추정으로 아케고스 관련 은행들의 총 손실은 1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 중 크레디트스위스는 약 55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발표됐다. 노무라 역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공시했다. 이후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과 외부 조사기관은 크레디트스위스의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내부 통제와 리스크 한도 관리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빌 황과 아케고스 최고재무책임자는 사기 및 시장조작 등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이는 아직 확정된 유죄 판결이 아니라 재판을 통해 다뤄진 사안임을 구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5. 투자자가 점검할 수 있는 신호

  • 집중도 확인: 한 펀드나 계좌가 소수 종목에 자산의 상당 비중을 몰아넣고 있는지는, 공개된 지분 공시나 운용 보고서가 있다면 확인할 가치가 있다.
  • 파생상품 기반 노출 여부: 스왑, 차액결제거래(CFD) 등 직접 보유가 아닌 파생상품을 통한 노출은 공시 의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 상대방이 여러 곳으로 분산된 대형 포지션은 개별 기관이 전체 그림을 파악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아케고스 사태는 규제상 공시 의무가 없는 구조가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를 은행 개개의 시야 밖에 방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