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브로커로 일하던 한 청년이 수백 개 종목의 과거 주가 차트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보다가, 크게 오른 종목들에는 오르기 직전 공통된 패턴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 관찰에서 출발해 그는 나중에 CAN SLIM이라는 이름의 투자 기법을 만들고, 금융 정보를 다루는 신문까지 직접 창간하게 된다. 윌리엄 오닐의 이야기다.
브로커에서 리서처로
오닐은 처음부터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로 시작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주식 중개 업무를 하면서 고객들에게 추천할 종목을 찾아야 했고, 이 과정에서 “왜 어떤 종목은 급등하고 어떤 종목은 그러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집착하게 됐다.
당시 그가 택한 방법은 특별한 이론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작업이었다. 크게 상승했던 종목들의 주가 차트와 실적 데이터를 모아놓고, 상승이 시작되기 직전 시점에 이 종목들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하나하나 비교한 것이다. 이렇게 과거 데이터를 뒤져 공통 패턴을 찾는 방식은 이후 그의 투자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접근법이 된다.
CAN SLIM, 일곱 글자에 담은 기준
이런 관찰을 체계화한 결과물이 CAN SLIM이다. 각 글자는 그가 중요하게 여긴 조건들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C — 최근 분기 실적(이익)의 증가
- A — 연간 실적의 지속적인 증가
- N — 신제품, 신경영, 신고가 등 새로운 무언가
- S — 수요와 공급, 즉 유통 주식 수와 거래량
- L — 주도주인지 소외주인지(업종 내 상대적 강도)
- I — 기관 투자자의 보유 여부
- M — 시장 전체의 방향성
핵심은 기업의 실적 성장이라는 기본적 분석과, 주가·거래량 흐름이라는 기술적 분석을 한 틀 안에서 같이 보려 했다는 점이다. 당시만 해도 이 둘은 서로 다른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는데, 오닐은 “실적이 좋아지는 기업의 주가가 특정 패턴으로 움직일 때”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데이터가 부족하다면, 직접 만든다
오닐이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그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데이터, 즉 기업 실적과 주가 움직임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당시 시중 신문에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투자자들을 위한 데이터 중심 금융지,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Investor’s Business Daily)를 창간했다.
이 신문은 단순한 뉴스 전달을 넘어, 기업별 실적 성장률이나 상대강도 같은 지표를 독자가 직접 비교할 수 있게 수치화해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신이 쓰던 리서치 방법론을 하나의 매체로 확장한 셈이다. 투자자가 직접 숫자를 보고 판단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신문 창간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그가 단순히 기법 하나를 고안한 데서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원칙 뒤에 있던 손절의 규율
오닐의 접근에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은, 그가 좋은 종목을 고르는 기준 못지않게 틀렸을 때 빠르게 빠져나오는 규율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매수가 대비 일정 비율 손실이 나면 이유를 따지지 않고 매도한다는 원칙을 반복해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좋은 기업을 찾는 것”과 “틀렸을 때 인정하는 것”을 분리해서 다뤘다는 뜻이다. 성장주 투자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했을 때의 낙폭도 클 수 있는데, 오닐은 그 변동성을 종목 선택 단계가 아니라 매도 규율 단계에서 관리하려 했다.
과거 데이터를 믿되, 과거에 머물지 않기
오닐의 방법론은 과거 수백 개 상승 종목의 패턴을 통계적으로 뒤져 찾아낸 것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 동시에 그는 “과거 패턴이 미래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를 세우되, 시장 전체 방향(M)이라는 항목을 통해 지금 이 패턴이 통할 환경인지 끊임없이 재확인하도록 설계했다.
결국 그가 남긴 것은 하나의 공식이라기보다, 데이터를 직접 모으고 비교하고 검증하는 습관, 그리고 그 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도구를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태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