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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그린블랫,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가치를 찾다

2026-09-16

1985년, 조엘 그린블랫은 고담캐피털이라는 작은 헤지펀드를 시작했다. 그는 와튼스쿨을 나온 뒤 월가에서 일하며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회사의 실적 발표나 신제품 소식처럼 눈에 잘 들어오는 뉴스에 몰려들지만, 정작 진짜 기회는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구석진 곳, 이를테면 스핀오프나 파산, 합병 같은 ‘특수상황’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이었다.

스핀오프는 특히 그린블랫이 주목한 분야였다. 큰 회사가 사업부 하나를 떼어내 독립 회사로 만들면, 기존 주주들에게 그 신설 회사의 주식이 배분된다. 그런데 이 주식을 받은 주주들 대부분은 애초에 그 사업부에 투자하려던 게 아니었다. 그저 모회사 주식을 갖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 날 낯선 이름의 회사 주식이 계좌에 들어온 것이다.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이 주식을, 많은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시장에 내던진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의 투자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그 회사가 너무 작아서 포트폴리오에 넣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낸다.

그린블랫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매도가 회사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그저 ‘원치 않아서’ 일어나는 매물이라면, 그 가격은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스핀오프된 회사들의 사업 구조와 경영진의 인센티브를 하나씩 뜯어보며, 시장이 무시하고 있는 진짜 가치를 찾아냈다. 이 접근은 그가 1991년 펴낸 책 You Can Be a Stock Market Genius에 상세히 담겨 있는데, 제목은 다소 장난스럽지만 내용은 스핀오프, 파산에서 벗어나는 회사, 부분 매각, 합병 차익거래 같은 특수상황 투자의 실전 논리를 진지하게 풀어낸다.

파산 기업에 대한 그의 시선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회사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공포에 질려 발을 뺀다. 채권자와 주주 구조가 복잡하게 얽히고, 법정에서 어떤 결정이 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 불확실성과 복잡함 때문에 분석을 제대로 해낼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열린다. 그린블랫은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파산 절차를 거치며 빚을 정리하고 나면 오히려 더 건강한 자본구조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평가된 자산이나 채권을 저가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담캐피털은 이런 방식으로 1985년부터 1994년까지 십 년 동안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그는 외부 자금을 돌려주고 개인 자산 위주로 운용을 이어갔다.

2005년, 그린블랫은 The Little Book That Beats the Market을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 화제가 됐다. 이번엔 복잡한 특수상황 분석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공식이었다. 그는 이것을 ‘마법공식(Magic Formula)’이라 불렀다. 핵심은 두 가지 지표, 즉 투하자본수익률(ROC)로 측정한 ‘좋은 회사인가’와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로 측정한 ‘싼 가격인가’를 결합해 기업들의 순위를 매기고, 상위권에 속한 종목들을 기계적으로 매수해 일정 기간 보유하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단순한 공식의 밑바탕에도 그의 스핀오프 투자와 같은 철학이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사업과 싼 가격이라는 두 요소가 만날 때 초과 수익의 여지가 생긴다는 믿음, 그리고 시장이 늘 효율적이지는 않으며 그 비효율은 감정과 무관심, 기계적인 매도·매수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이다. 그는 책에서 이 공식이 대단한 비밀이 아니라 벤저민 그레이엄 이래 가치투자자들이 말해온 원칙을 계량적으로 풀어낸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늘 강조한 것은 화려한 예측이나 시장 타이밍이 아니라, 남들이 지나치는 자리에서 꾸준히 숫자를 확인하는 태도였다. 스핀오프 서류를 읽고, 파산 법정 문서를 뒤지고, 재무제표의 행간을 읽어내는 지루한 작업들. 그린블랫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시장을 이기는 비법이 화려한 통찰이 아니라,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곳을 꾸준히 들여다보는 끈기에서 나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