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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네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주식에서 31년의 수익을 찾다

2026-10-04

1964년부터 1995년까지 뱅가드 윈저 펀드를 이끈 존 네프는 화려한 성장주 대신 저PER주, 즉 시장이 외면한 싸구려 주식들을 꾸준히 사들였다. 그 결과 그가 펀드를 운용한 31년 동안 윈저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S&P 500 지수를 크게 앞섰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특별한 비밀 공식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루할 정도로 단순한 원칙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지켰다는 점, 그리고 시장이 열광할 때일수록 더 의심하는 태도를 유지했다는 점에 있다.

오하이오 출신의 은행원이 월가의 역발상가가 되기까지

네프는 화려한 금융 명문가 출신이 아니었다. 오하이오에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대학 졸업 후 지역 은행의 증권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그는 재무제표를 꼼꼼히 뜯어보는 습관을 길렀는데, 이는 훗날 그의 투자 철학의 뼈대가 된다.

그가 뱅가드의 윈저 펀드를 맡았을 때, 월가의 분위기는 화려한 성장주, 이른바 ‘니프티 피프티’로 불리던 대형 우량 성장주에 쏠려 있었다. 투자자들은 아무리 비싸도 좋은 기업이면 사야 한다는 믿음을 공유하던 시기였다.

네프는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시장에서 소외된, PER이 낮은 기업들 중에서 실적은 견실하지만 인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된 종목들을 찾아다녔다.

저PER 투자, 숫자보다 중요했던 ‘이유’

네프의 접근은 단순히 PER이 낮은 주식을 아무거나 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저PER의 ‘이유’를 끊임없이 캐물었다. 일시적인 악재로 시장이 과도하게 할인한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사업이 망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구분하는 일이 핵심이었다.

그는 이를 가리켜 스스로 ‘낮은 PER 투자’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저평가 사냥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함께 따졌다고 알려져 있다.

  • 이익 성장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가
  • 배당을 통해 주가가 정체되어 있는 동안에도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
  • 해당 산업이나 기업이 일시적 소외일 뿐, 구조적 몰락은 아닌가

이런 식으로 그는 ‘싸지만 망해가는 회사’와 ‘싸지만 괜찮은 회사’를 구분하려 애썼다. 이 구분이 바로 단순 가치투자와 그의 투자를 갈라놓는 지점이었다.

인기 없는 섹터를 고르는 용기

네프가 투자 경력 내내 자주 선택한 영역은 금융주, 자동차 업종처럼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산업들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산업들은 경기에 민감하고 성장 스토리가 약하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늘 저평가받기 쉬웠다.

그는 이런 소외된 영역에서 재무 상태가 탄탄하고 꾸준히 이익을 내는 기업을 골라내는 데 집중했다. 남들이 외면하는 곳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지루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이었지만, 바로 그 지루함이 경쟁을 줄여주는 요인이기도 했다.

31년이라는 시간이 증명한 것

네프의 전략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시장의 유행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같은 원칙을 지켰다는 지속성에 있다. 성장주 랠리가 왔다가 꺼지고, 금리와 경기 사이클이 여러 번 순환하는 동안 그는 꾸준히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주식이 왜 싼가, 그 이유가 정당한가.

그가 은퇴한 이후에도 저PER 전략이나 가치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이 꾸준히 언급되는 이유는, 화려한 한두 해의 수익률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일관성 때문이다.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이 이해하는 방식을 묵묵히 반복한 결과가 긴 시간 뒤에 어떤 모습으로 남는지를, 그의 커리어는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