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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펀드를 떠나 세계를 돌며 투자를 배우다

2026-10-20

1970년대,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만들어 월가에서 손꼽히는 성과를 올리던 사람이 어느 날 조용히 자리를 내려놓았다. 짐 로저스 이야기다. 그는 돈을 더 버는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세상을 직접 보러 떠났다. 이 글은 그가 왜 펀드를 떠났고, 그 여행이 그의 투자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퀀텀펀드, 그리고 조기 은퇴라는 선택

짐 로저스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공동 창업해 1970년대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거시경제 흐름을 읽고 전 세계 시장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당시 월가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그런데 로저스는 아직 한창 일할 나이에 펀드 운용 일선에서 물러났다. 돈을 더 벌 기회가 남아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단순했다. 책상 앞에 앉아 숫자만 보는 것으로는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토바이로 떠난 세계일주, 그 이면의 논리

로저스는 이후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 여러 대륙을 가로지르는 긴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은 단순한 모험이나 휴식이 아니었다. 그는 각 나라의 거리, 시장, 공장, 농촌을 직접 돌아보면서 그 나라 경제가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를 눈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그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공식 통계나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무엇을 사고파는지, 거리에 어떤 물건이 넘쳐나는지, 사람들의 표정과 소비 수준이 어떤지였다. 이런 현장 관찰은 이후 그가 특정 국가나 원자재에 대한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상품(원자재) 투자로 방향을 튼 이유

세계를 돌아본 경험은 그를 자연스럽게 상품 시장으로 이끌었다. 그는 주식이나 채권보다 원자재 가격의 장기 흐름에 주목했는데, 이는 각국을 다니며 확인한 실물경제의 수요와 공급 변화를 직접 체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는 이후 원자재 관련 지수를 직접 설계하는 등 상품 시장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인 작업으로 이어갔다. 이것은 단순한 유행 추종이 아니라, 자신이 발로 확인한 세계의 변화를 투자 논리로 바꾸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세계일주와 거주지 이동

로저스는 이후에도 한 차례 더 세계를 도는 긴 여행을 떠났고, 이번에는 자동차로 이동하며 더 많은 지역을 둘러봤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도 각국의 변화하는 모습을 꾸준히 기록하고 투자에 참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이후 거주지를 미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겼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결정에 대해, 세계 경제의 무게중심이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았고, 자녀들이 그 변화의 중심에서 성장하길 바랐다는 취지로 이야기해왔다. 이는 그가 평생 강조해온 원칙, 즉 ‘세상이 실제로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 확인한다는 것의 의미

짐 로저스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가 뛰어난 수익률 자체보다 ‘어떻게 정보를 얻고 판단을 내렸는가’라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숫자 뒤에 숨은 현실을 직접 확인하려 했고, 그 확인 작업을 위해 안정된 자리를 내려놓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모든 투자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를 돌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가 남긴 질문, 즉 내가 믿고 있는 정보가 실제 현실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스스로 되물어보는 태도는 시대와 무관하게 곱씹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