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는 화려한 스타 매니저들이 넘쳐나지만, 트위디브라운(Tweedy, Browne)이라는 운용사는 늘 조용한 편이었다. 그 조용함 속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원칙을 가장 우직하게 지켜낸 사람이 크리스토퍼 브라운이다. 그는 화려한 언변이나 예측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이 아니라, 숫자와 원칙을 끝까지 믿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레이엄과의 특별한 인연
트위디브라운은 원래 벤저민 그레이엄과 그의 제자들이 거래하던 소규모 증권사에서 출발한 회사다. 그레이엄 본인과 그의 유명한 제자인 워런 버핏도 한때 이 회사를 거쳐 갔다는 사실은, 이 운용사가 단순한 자산운용사가 아니라 가치투자의 뿌리와 직접 맞닿아 있는 곳이라는 걸 보여준다.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이 회사에 합류한 뒤, 아버지 세대로부터 이어져 온 그레이엄식 원칙을 물려받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화려한 성장주 투자가 유행하던 시기에도 그는 내재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찾아내는 작업을 묵묵히 반복했다.
숫자로 증명한 원칙
브라운과 트위디브라운의 접근은 복잡한 이야기나 미래 전망보다 재무제표에 드러난 사실에 집중하는 쪽이었다. 순자산가치 대비 낮은 가격, 안정적인 현금흐름, 낮은 부채 비율 같은 지표들을 꼼꼼히 따지고, 시장이 일시적으로 외면한 기업들을 골라내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시장이 과열되었다가 꺼지는 국면마다 트위디브라운의 운용 철학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되곤 했다. 유행을 좇지 않고 원칙을 지킨 결과가 장기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가치투자의 작은 책’이 남긴 것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것은 그가 쓴 ‘가치투자의 작은 책(The Little Book of Value Investing)’이다. 이 책은 전문 투자자를 위한 난해한 이론서가 아니라,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가치투자의 핵심 원칙을 간결하게 풀어낸 입문서로 평가받는다.
책에서 그는 시장의 소음과 단기 예측에 흔들리지 말고, 기업의 실제 가치와 가격 사이의 격차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한다. 이는 그가 평생 실제 운용에서 적용해온 원칙을 그대로 문장으로 옮긴 것이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어렵고 화려한 용어 대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려 애썼다는 점이다. 이는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에서 강조했던 대중을 위한 교육자로서의 역할과도 닮아 있다.
유행을 거스른다는 것의 의미
크리스토퍼 브라운이 활동하던 시기는 인터넷 버블처럼 시장 전체가 성장 스토리에 열광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 시기에 재무제표의 숫자를 근거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가치투자자들은 그런 국면에서 한동안 시장 평균을 밑도는 성과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브라운과 트위디브라운 역시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 원칙이 장기적으로 다시 조명받았다는 점이 이 사례가 갖는 의미다.
조용한 계승자로 남다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워런 버핏처럼 대중적으로 회자되는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가치투자라는 사고방식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로서, 그의 존재는 가치투자 역사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